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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간략 소개(읽어본 것만)

다른 커뮤니티에 썼던 글을 가져온 것임.(내가 쓴 것)


1. 악의(5/5)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몇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나오는 작품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작품이면서도 인기 있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죠.

 

통상적인 추리소설과는 다소 다른 전개를 보이고 있는데, 답을 알려주고 왜 그게 답인지를 찾아내는게 이 소설의 중요한 흐름입니다. 그리고 그 "왜(why)"에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를 많이 본 것은 아닌데(총 10편 중 3개 봤군요) 히가시노 게이고 전체 작품중에서 하나 꼽으라면 고민이 좀 들어갈만한 소설입니다.

 

 

2. 붉은 손가락(4/5)

 

상당히 막장인 가족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사실 일본의 현실에서 이미 많이 벌어진일이고, 우리 주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장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특히 자식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공감을 하실만할겁니다.) 소재가 진부한듯 하지만 좀 절절히 와닿는 면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이야기가 병행하여 진행되는데 관련이 전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또 연결이 되는...그런 부분도 있습니다.

 

부모-자식간의 연결고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인데, 저도 요즘 이게 고민이라서 머리가 아프네요. 마찬가지로 가가 교이치로가 등장합니다.

 

 

3. 신참자(4.5/5)

 

어느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쫓는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주변을 탐문하면서 여러 인물을 알게되고, 여러 사건 또한 알게되는 과정인데.. 역시 여러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그런 이야기도 많죠. 하지만 이 소설이 단편 모음집이 아닌 장편 소설임을 다시 한번 염두해두셔야 할겁니다.

 

막판에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반전이 등장하면서도 그것이 매끄럽게 진행되는 스타일을 참 좋아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중에 이런게 몇 있죠. 다만 이 작품에 흠이라면...

 

배경이 오사카의 옛 모습을 잘 간직한...그런 동네 같더군요. 근데 이런게 와 닿아야 말이죠. 생전 가보지도 못했고, 검색해서 사진도 좀 찾아봤는데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소설 구성의 3요소 중 인물과 사건은 끝내주는데 배경이 와닿지가 않아 0.5점 뺐습니다.

 

 

4. 용의자 X의 헌신(5/5)

 

국내에 류승범 주연의 영화로도 소개가 된 작품이죠. 이 소설은 유가와 미나부라는 물리학 교수가 등장하는 시리즈(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인데, 가가 교이치로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이 범인은 왜 이런 사건을 저질렀는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서술된다면,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트릭에 집중합니다.

 

영화 보신분도 알겠지만 이 트릭을 밝혀내는 후반부가 압권이죠. 제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서 트릭은 가장 잘 빠진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또 다른 장점은... 캐릭터가 허술하지 않다는겁니다. 인간은 원래 비이성적인 존재이고, 즉흥적인 존재이다.. 뭐 이런말로 포장하면서 넘어갈수도 있는게 인간이고, 사실 살인 저지르면 안된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살인은 곧잘 일어나는 사건이죠. 하지만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어쩌다가 그 지경이 이르렀는지에 대해서 납득이 가게끔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5. 한여름의 방정식(4/5)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중에 아마 분량으로 따지자면 여러권으로 구성된 책인 유성의 인연과(이건 두개 합쳐도 한여름의 방정식보다 적을지도..) 백야행(정작 1권이 없어서 안보고 묵혀두는 중)을 제외하면 가장 많을겁니다.

 

유가와 미나부는 학회 차원에서 다른 동네에 갔다가 우연히 거기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걸 해결해가는...뭐 그런 내용입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이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분량이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데, 이 작품은 되게 길죠. 그런 이유를 꼽아보자면... 사건 자체도 그리 간단하진 않고, 환경문제라는 떡밥도 끌고 왔고.. 결정적으로는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분량을 많이 할애한 느낌인데... 사실 이게 깔끔하진 않습니다.

 

분명 재미는 있고, 트릭도 상당히 좋다고는 느끼는데 좀 어째 끝내야 할 타이밍을 못잡은 영화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게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캐릭터도 좀 등장해서(도대체 얘가 왜 이런짓을?) 1점 뺐습니다.

 

 

6. 공허한 십자가(5/5)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사형제도라는 떡밥을 잘 풀어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건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진 않으나 사회파 냄새를 섞으면서 훌륭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보고요.

 

읽고나서 드는 생각, 사형제도에 대한 또 다른 논쟁에 대한 느낌 같은 것들이 진한 여운은 선사하지만... 재미면에서는 좀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점 줍니다. 이유는 값이 싸고(특별판 한정),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으로 할 이야기만 딱 하고 끝낸 느낌을 받아서 말이죠.

 

 

 

7.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5/5)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 단연 최고로 꼽는 작품인데, 호불호가 좀 갈리는 면이 있죠. 아마 제 기준으로 강력사건 관련한 소설로 꼽자면 악의, 트릭에 대한 사건으로 꼽자면 용의자 X, 그게 아닌 작품중에 하나 고르자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인데...

 

사실 이 작품은 좀 환타지 삘이 있죠.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을 "기적"이라는 코드로 풀어내고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진부하지도 않고 어설프지도 않고.. 오히려 정말 이런 기적이 벌어졌으면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소설 막판에 하고 있을 정도로 잘 풀어냈습니다.

 

신참자와 마찬가지로 여러 사건이 발생하고 하나로 귀결됩니다. 제가 이런걸 좋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통 강력사건을 풀어나가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8. 몽환화(4.5)

 

뒤에 옮긴이의 말 보면 이 작품은 역사물에 도저히 자신이 없어 안쓰려고 했던 작품을 역사와 살짝 관계만 있으면 된다는 집요한 권유에 의해 시작했고, 나중에 다 갈아엎을 정도로 그 과정이 험난했다더군요.

 

사실 역사물이라고 하기에 뭣할 정도로 역사적인 긴 흐름이 있지는 않습니다. 주제는 나팔꽃인데, 다 읽고 보니 제목에 힌트가 좀 있다고 해도 되겠더군요. 범인을 찾고 싶은 분들은 제목을 계속 곱씹으며 한번 모든 인물들을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 도입은 한 부부가 길가에서 어떤 한 멍멍이 자식한테 일본도에 맞아 죽는 이야기가 나오고 바로 다른 이야기로 진행이 되는데요... 이 이야기가 뭐 관계는 있겠지만 도대체 뭔 소린가..싶었는데 막판에 다 연결되더군요. 역시 이런 맛이 재밌죠.

 

이 외에도 본격 살인사건에 대한 내용, 주인공 어렸을 때 이야기.. 그외의 곁가지까지 한 두어가지 이야기가 더 등장하는데 관련이 없을 것 같다가도 막판에 다 알고보니 연결되는 그런 구조입니다. 주된 소재가 나팔꽃인데 뭐 도무지 잘 와닿지도 않고, 이미지가 떠오르지가 않아서 제 맘대로 0.5점 뺐습니다.

 

 

9. 오사카 소년 탐정단(2.5/5)

 

지금까지 읽어본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 최악을 하나 꼽으라면 무조건 이걸 꼽고, 이거 후속편으로 또 출간된 안녕 시노부 선생님인가, 시노부 선생님 안녕인가 하는 작품은 누가 거저주지 않는한 볼 생각이 전혀 안들정도로 개인적으로 실망을 많이 한 책입니다.

 

우선 배경이 오사카이고, 이 배경이 소설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게 보편적으로 이 책을 보는 한국인 독자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 그럼에도 신참자에서는 그 배경을 독자에게 다가가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쓴 흔적이 보이는데 이건 그것도 없고요.

 

게다가 몽땅 단편이라 사건 자체에 깊이 파고드는 맛도 부족하거니와, 단편인 만큼 깔끔한 그런것도 좀 부족합니다. 가볍다면 가벼운 것으로 취향의 차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주변에 히가시노 게이고 팬들 중 이 책 괜찮다는 사람은 못본 것 같네요.

 

다만, 역시 배경이 잘 와닿는 사람들한테는 좋은가봅니다. 일본 내 평은 좋은걸로 압니다.

 

 

 

10. 유성의 인연(4/5)

 

2권짜리인데, 책 자체가 작아서 분량이 많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유성을 보러 야밤에 몰래 나간 3남매가 돌아와보니 부모가 살해되어 있고,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그런 소설인데...

 

범인이 좀 뜬금포였다는 것 제외하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내용입니다. 특히 주인공 삼남매는 사기꾼팀인데, 마지막 사기를 치는 장면은 저도 좀 똥줄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더군요.

 

결말도 좋았고(조금 억지라면 억지 로맨스 삘이 납니다만...), 드라마로도 제법 인기가 있었다는 것 같네요.

 

 

11. 호숫가 살인사건(3/5)

 

히가시노 게이고가 본격 미스테리도 아니고, 사회파 미스테리도 아니고 그래서 이도저도 아니라서 좀 까이는 편인데, 사회파 미스테리라고 쓴 소설 몇개중에 많이는 안읽어 봤습니다만 좀 별로인 작품입니다.

 

반전도 좀 뜬금없고, 인물들이 행동하는 것도 부자연스럽습니다. 번역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좀 들었는데 그 이유는.. 이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일본어 번역 소설들치고 하나 같이 영 별로였던 기억이 저에게 있어서 그런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