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말하기를 드래프트 하위 라운드에서도 성공한 선수가 있다길래 한번 찾아봤다. 매년 드래프트를 모두 챙겨본 입장에서 그런 기억이 없는데 있다니까.. 한번 역사를 되짚어볼겸 해서 말이지.
성공의 기준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리스트에 포함될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프로에서 "성공" 두 글자 붙여주려면 다음 두 가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첫째, 최소 세 시즌 이상 그 팀 주전으로 활약할 것(시즌 당 2/3 이상 출전)
둘째, 그 포지션에서 리그 평균 이상일 것
번외로 3라운드부터를 하위라운드라고 본다.
너무 옛날은 좀 그렇고 10년전으로 시계를 돌려 2009~2010 시즌부터 살펴보겠다.
09~10 3라운드부터 뽑힌 선수 중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김나운, 김홍정 정도다. 물론 이 선수 모두 풀 타임 주전으로 세 시즌 이상 활약한 적 없으므로 패스
10~11 드래프트에는 아예 전멸
11~12 드래프트에는 좀 알려진 이름이 등장한다. 권준형, 조국기. 권준형은 LIG와 한전을 거쳐 지금은 삼성에 가 있고 나름 얼굴을 많이 비추긴한 선수다. 그런데 단 한번도 리그 평균 이상으로 평가할 시즌을 뛰어본 적이 없다. 조국기도 마찬가지. 주전보다는 백업으로 더 오래 지낸 선수.
12~13 드래프트에는 이수황 한명이 눈에 띈다. 당연히 리그 평균 센터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못되니 패스. 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수황을 떠올리긴 했었으나 이수황이 "성공"한 배구 선수라고 할 수 있을까? 수련선수치고는 성공했다~라고는 할 수 있겠지.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은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된 선수를 찾는 것이지 미운 오리 새끼가 미운 성체 오리로 성장한 케이스를 찾는게 아니다.
13~14 드래프트에는 선수가 좀 많다. 당시 러시앤캐시가 창단하면서 상위픽을 쓸어가고 다른 팀들이 후반부 픽을 어쩔 수 없이 행사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알려진 선수는 거의 없다. 당시 배홍희, 정영호, 이건호, 조재영 정도가 좀 인지도가 있었으나 현재 조재영을 제외하면 프로팀 소속이 없을걸.. 조재영도 대한항공에서 훈련은 하고 있다는데 백업을 넘어서본 적은 없고 엔트리 자체에 포함이 되느냐 마느냐 기로 수준
14~15 드래프트 3라운드 이하 픽에서 현재도 프로팀에 남아 있는 선수는 라광균이 유일하다.
15~16 드래프트 하위 라운더 중 현재 소속이나 향후 프로 활약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가 좀 있다. 김동훈, 지원우 정도가 그런 케이스인데 군복무 후 나오는걸 본적이 없어서 말이지
16~17 드래프트에도 남아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 배인호가 OK저축은행 출신으로 상무에 간 것까진 기억하는데(상무였던가 공익이었던가) 그 이후로는 아직 소식이 없다. 아마도 군 복무가 좀 남아 있을걸로 보인다.
17~18 드래프트를 보자. 정민수 이적을 틈타 주전으로 올라선 이상욱이 성공사례가 될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지난 시즌 주전으로는 한 해를 보냈지 않은가. 수비와 디그에서도 리그 1위를 기록하며 우리카드 성공을 이끈 선수다. 나머지는 뭐 전멸이고.. 엄윤식이 최근 삼성으로 이적해서 기회를 엿보고는 있다. 이 드래프트에서 유일하게 3라운더 성공 사례가 나올 것 같긴한데 이 해가 브이리그 드래프트 실시 러시앤캐시 창단 때 버금갈 정도로 고품격 얼리가 많이 튀어나온 해다. 고졸 얼리도 세명이나 있었고(최익제, 임동혁, 김지한), 1라운드 7명 중 다섯명이 얼리, 2라운드 7명 중 네명이 얼리였다. 즉, 이상욱도 얼리가 원체 많이 나온 시즌이라 뒤로 밀린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18~19 드래프트는 실시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아직 남아 있는 선수가 좀 보인다. 한전의 박태환, 이승호(항공을 거쳐 한전으로 온), 삼성의 김정윤. 이들중에 박태환은 좀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긴하나 팀이 워낙 막장이라...
19~20 드래프트에 하위 라운더 중 눈에 띄는 선수는 구본승, 구자혁, 신장호, 김준홍이다. 이 해 하위라운더들이 대학 때 이름값으로는 역대 드래프트 최고가 아닐까싶다. 구본승이야 이런 저런 일로 워낙 많이 알려져 있고(성공 가능성은 없지만), 구자혁은 각 팀 리베로들이 워낙 넘쳐나기에 4라운드로 밀린 것이지 최근 현대캐피탈 드래프티 중 제일 낫다. 신장호는 중부대를 이끌었던 경력과 하드웨어, 서브가 좀 받쳐주는 레프트고.. 김준홍은 성균관대 에이스인데 의외로 순번이 많이 밀렸다.
그러나 이 중 오래 볼 수 있을만한 선수는 구자혁 정도에 잘하면 신장호 정도일듯. 그것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답을 할 수 없다.
한 10년간 드래프트 하위라운드(3라운드부터) 살펴보았고, 이 중 성공이라는 단어를 붙여줄 수 있을만한 선수는 과연 누가 있을지 이잡듯이 뒤져보았다. 그 결과 이상욱 딱 한명.
그나마도 워낙 얼리가 많이 튀어나온 역대급 드래프트여서 가능했던 것.
여기서 또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죽으나 사나 상위 라운드 신인 잘 뽑아서 키워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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