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016 V리그 1라운드 현대캐피탈 VS 우리카드

최태웅 감독체제로 전환 후 스피드 배구를 추구하겠다는 일성하에 팀을 만들어온 현대캐피탈과 지난해의 패배의식은 집어 던지고 코보컵에서의 우승을 바탕으로 김상우 체제의 힘찬 출발을 알린 우리카드의 대결이 어제 있었다.

전력의 반 이상이라는 외국인 선수의 존재를 볼 때 아무래도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가진팀이 아닌 과거 LIG에서 실패한 기억을 갖고 있던 오레올 까메호와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했다고는 하지만 어깨 부상이 있었고, 나이가 많은 군다스 셀리탄스라는 외국인을 받아들인 두 팀의 전력을 감안했을 때 상위권 전력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었다.

상수보다는 변수가 훨씬 많은 두 팀이기에 잘쳐줘야 다크호스라고 할까...

다만, 스피드 배구를 도입했다길래 그게 어떤식으로 구현될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는 자못 컸으니....

자세한 스탯을 보면 알기 쉽다.

오레올이 39% 가까운 점유율을 먹으면서 63%라는 성공률을 가져왔다. 이는 대단한 것인데, 이미 오레올은 LIG 시절 어줍잖게 공 몰아줘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스타일로 판명이 된 선수를 최태웅이 다시 데려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옆에 오픈을 함께 보자. 오레올의 총 공격은 52회였는데, 오픈은 딱 10개 뿐이다. 나머지는 백어택 18, 퀵오픈 23, 시간차 1.

우리카드의 군다스에게도 오레올과 비슷한 총 53회의 공격이 올라갔는데, 이 중 오픈이 27.. 오픈 공격의 비중이 50%가 넘는다.

좋게 말해보자면 한마디로 현대는 어제 오레올을 몰빵 머신으로 쓴 것이 아닌 스피드 배구 머신으로 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부정적으로 보자면, 빠르기만 빨랐지 그냥 몰빵의 또 다른 스타일일뿐이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국내 최고 센터진을 보유했고, 최홍석이라는 걸출한 레프트 공격수까지 보유한 우리카드도 군다스에게 42%를 올렸고, 윙의 질적 양적으로 최고 스쿼드를 보유한 대한항공의 산체스도 34프로, 한전의 얀스토크는 56% 정도의 공격 점유율을 보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오레올의 38%를 판에 박힌 몰빵배구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박주형, 성공률은 좀 처졌지만 3인 리시브를 채운 상태에서 일부러라도 더 써먹으려고 맞춰가는 모습은 고무적이었다. 단순히 리시브 머신에 그치지 않고 15% 정도의 점유율을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문성민인데, 아직 노재욱의 토스를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왕왕 보였다. 그의 티켓파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굉장히 계륵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빨리 독일/터키 리그에서 뛰었던 감을 살려 노재욱의 토스를 쫓아와야 할 것이다. 어제 오레올과 노재욱이 만들어내는 파이프 공격 봐라. 확실히 빠르지 않나.

최민호가 허접한 공격력을 보일 때 진성태는 왜 자신이 구도현과 함께 지난 시즌 드래프트에 앞서 센터 최대어로 분류되었는지 그 진가를 보여줬다. 허나 현실은 경희대의 리그 불참에 따른 불이익도 있고, 블로킹에서 쳐졌던 모습 때문인지 박원빈, 구도현과 심지어 우상조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2라운드에서 현대의 품에 안겼는데 현대 입장에서는 확실히 키워볼만한 센터 하나를 얻은 모습이다. 조근호에 비할바가 아니다.

그럼 이번에는 우리카드의 공격을 한번 들여다보자.

군다스가 27득점, 최홍석이 19득점을 쓸어담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 이유를 보면 군다스의 점유율이 42%인데 성공률이 45%밖에 안되고, 최홍석도 리시브를 거의 면제 받는 수준이었는데(11개 받아서 2개 제대로 받고 나머지 실패인데, 이쯤되면 아마 다음 경기부터는 더 확실히 면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전광인처럼 말이다.)도 50% 초반대에 그치는 성공률을 보였다.

군다스는 확실히 김상우 감독이 말한만큼 우리카드 역대급 외국인 선수임에 틀림이 없다. 파워도 좋고, 타점도 좋고, 서브도 강력하다. 여기에 어깨 각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재주까지 갖춰 블로커들을 교란하는 움직임도 좋아 더욱 더 공격의 순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체력이 문제다. 어제 1경기 소화했을 뿐인데도 경기 막판에 가니까 이미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초반부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팔로 무릎을 짚어 버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V리그에서 몰빵을 견뎌낼 체력이 안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 그 부담을 최홍석과 신으뜸, 그리고 중앙에서 받아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2인 리시브로 후위를 묶어버리면 신으뜸도 여기에 가담하기가 어렵다. 어제 신으뜸 공격보니까 상당히 찰지다. 리시브 부담 좀 덜어주고(어제 리시브 점유율 53%) 공격 점유율을 한 20%까지 끌어올려보면 더 재밌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은데 어찌될런지...

박진우와 박상하의 센터진도 그렇다. 둘이합쳐 20%는 맡아줘야 한다. 

우리카드는 계속 말하지만 절대 2인리시브 체제+군다스/최홍석에게 많은 부담이 가는 시스템으로 가서는 안된다.

어제 현대가 스피드 배구 한답시고 좋은말만 잔뜩 써놨지만 실상은 문성민이 코끼리 똥을 싸고, 다른 선수들도 전반적으로 범실이 많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문제가 많았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카드가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패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대목이다.

세터 싸움..

노재욱은 뭐 지금까지 자신이 하고 있던 것을 싹 버리고 최태웅이 새로 가르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최태웅이 정말로 마음을 강하게 다잡은 모양인데, 과연 구단과 극성팬들이 최태웅의 스피드 배구를 기다려 줄 수 있을지, 난 그게 걱정이다.

김광국은 개욕쳐먹던 것에 비하면 어제는 참 좋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군다스에게 올리던 것을 좀 더 적극적으로 분배를 하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